평소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완전히 내것으로 이해할 때까지 파고 드는 성격이어서, 일 때문이든 취미 때문이든 한번 필이 통하면 달이 지는 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훔치는 일이 많습니다.

한달 전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 매번 바뀌지 않는 안주거리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을 무렵, 
애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설레이며 기다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올해의 책'과 ' 올해의 베스트 jazz 음반입니다.
올해의 책은 동아일보의 '책의 향기' 꼭지에서 각 분야에서 이른바 가장 많이 안다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해마다 선정되는 열권의 책들인데 추천 서평을 읽고서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가 하나씩 하나씩 꺼내 읽는 재미가 김장독에 담가두었다가 푹삭혀서 꺼내 먹는 맛과 비슷합니다.
올해의 책과 더불어 또 하나의 반가움인 amazon 선정 올해의 베스트 음반은 한해 동안 일과 개인 생활로 소홀히 했던 영혼의 안식처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책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에세이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재즈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참고로 08년 아마존 재즈 베스트 음반 10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Best Jazz of 2008

이 10장의 앨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음반 3장을 추려서 3주에 걸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연입니다만, 공교롭게도 Top 3 순서 대로가 되었습니다.

첫번째는 1위를 차지한 트럼페터 Roy Hargrove 가 이끄는 Quintet의 'Ear Food'라는 앨범입니다.
earfood.jpg

앨범 속지를 보면 Roy Hrgrove가 쓴  Earfood - Sound Nutrition라는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의 의미대로 듣는 이들에게 소리의 즐거움(sonic pleasure)을 주기 위해 녹음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와 함께 일하는 멤버들과 라이브 투어에서 연주한 레파토리에 자신의 곡 몇곡을 추가하여
당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던 간단한 멜로디에 감미로운 코드의 곡들로 채웠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적어도 한 사람, 저 멀리 태평양 건너에 사는 저의 귀에는 맛깔난 음식이 되어 주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록 곡들을 살펴보면  마치 60년대 밥의 전성기를 듣는 듯한 트럼펫과 알토 색스폰의 경쾌한 앙상블에 세련된 현대적 세션들이
 잘 버무려진 I'm not so sure을 메인 주요리로  코스요리가 시작되는데 첫 메뉴부터 '이 앨범 괜찮은데'라는 만족을 얻게 되고,
 3번째 트랙, Hargrove 자신의 작품인 'Strasbourg/St.Denis' 에 이르면 '야, 이거 주문하길 잘 했네, best jazz 앨범 1위 줄만하군.'하는
 만족감이 생기고, 'Starmaker나 'Joy is sorrow unmasked'와 같은 발라드 연주에 이르러서는 '혼자 먹을게 아니라 헬로재즈 가족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추천의 마음까지 들게 됩니다.

60분이 넘는 총 13가지 성찬 중에 제가 선정한 메뉴는 유일한 사시미(라이브 곡)이자 후식인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듯한 멜러디의
'Bring it on home to me'이라는 실황 연주곡입니다.
박수와 환호가 함께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 이들의 라이브 투어의 마지막 앵콜 곡을 담은 것 같은데 송년 연회장에서 라스트 곡으로
연주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노스텔지어가 묻어나는 연주입니다.


 공연장의 한 사람이 되어 Earfood를 제공해 준 다섯 명의 아티스트들에게 갈채를 보냅니다.